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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15 11:45
[퍼옴] 미생물 이름 짓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45  
미생물 이름 짓는 법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아서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에 올라있는 글을 소개합니다. 지은 이는 김병용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님.


분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린네 (Carl Linnaeus, 1707-1778)는 그의 저서 식물철학 (Philosophia Botanica, 1751) 에서 사물에 붙이는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사물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것에 대한 지식 역시 잃어 버릴 것이다.[1]”

린네가 활약했던 18세기는 자연과학이 근대적 학문으로서 태동하던 시기다.
생물학에 대해서도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수 많은 생물들을 어떻게 정리할 지 몰라서 고민에 잠겼다.

 바로 그 때에 린네는 이명법(Binomial nomenclature)을 고안하여 많은 동식물에 이름을 붙이고,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함으로써, 학자들의 고민을 쉽게 해결했다. 그러나 린네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생물을 식물과 동물로만 분류하였다. 이후 130년이 지나서야 미생물은 해켈(Ernst Haeckel, 1834-1919)에 의해 독립적인 분류 영역(Protista kingdom)을 획득하게 된다.

분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전체 생물 종의 수는 대략적으로 4백만에서 최대 1억 종일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까지 180만 종 정도가 학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중에서 진균, 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은 대략 10만 종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이는 전체 예상 미생물 종의 5% 미만일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수 많은 미생물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자신의 이름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미생물의 이름을 어떻게 짓고, 어떤 과정을 통해 학계에서 공인을 받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미생물도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린네가 제안한 이명법을 사용하여 학명을 만든다.
즉, 전체 종명(species name)은 속명(genus name)과 종소명(specific epithet), 명명자로 구성되고, 명명자는 보통 생략한다. 또한 라틴어나 희랍어를 사용하고, 이탤릭체 혹은 밑줄로 표기한다. 속명은 단수 명사의 주격 형태로 짓고 대문자로 시작하는 반면, 종소명은 형용사나 명사의 소유격 형태로 짓고, 소문자로 시작한다. 

미생물 이름의 내용은 명명자가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 미생물이 갖는 독특한 특성을 반영하여 짓는다. 가령, 미생물의 형태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발견된 서식지나 지역 혹은 국가 명을 인용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그 미생물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나 연구소의 명칭을 넣기도 하고, 학문적인 권위자의 인명을 미생물의 이름에 붙이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에쉬리키아 콜라이 (Escherichia coli)는 매우 널리 알려진 대장균의 학명이다.
속명 Escherichia는, 이 균을 1885년에 최초로 발견한 독일의 미생물학자인 Theodor Escherich 박사(1857-1911)의 성(姓)을 인용한 것이다. 종명 coli는 서식지인 인체의 대장(colon)을 뜻한다.

식중독균으로 유명한 살모넬라 타이피(Salmonella typhi)는, 이 균을 연구한 그룹의 책임자였던 최초의 미국 수의학 박사인 D. E. Salmon 박사 (1850-1914) 의 성(姓)과, 장티푸스 (typhoid fever) 원인균이라는 특성을 이름에 인용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장내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Helicobacter pylori) 는 꼬인 막대기 (Helicobacter; a spiral rod) 모양으로, 위장의 아래 부위 (pylori; lower part of the stomach)에서 서식한다는 의미를 반영한 이름이다.


애국심이 높은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종종 코리아(Korea)나 국내의 지명을 인용해, 미생물의 종명에 코리엔시스(koreensis)나 독도넨시스(dokdonensis) 등을 붙인다. 국제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 미생물의 이름들도 동참하는 셈이다. 필자도 2007년에 신속(new genus)에 해당하는 미생물을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동해안의 모래에서 발견한 세균라는 의미로 아레니모나스 동해엔시스 (Arenimonas donghaensis)라고  이름지었다.

 

새로운 미생물을 찾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신종(novel species)임을 확인했다면, 이제 학계에서 공인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아기가 출생하면 부모가 아기 이름을 지어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미생물에 따라 다르다. 진핵 미생물 (Eukaryotes) 인 효모와 곰팡이는 원칙적으로 국제식물명명규약 (ICBN[2])에 따라서 명명하고, 저명한 학술지에 그 내용을 발표한 후에, 국제식물협회 (IBC[3])의 명명분과위원회의 승인에 의해 최종 공인된다. 미생물이지만 사실상 식물의 분류체계에 속하는 경우다. 반면,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인 특성인 탓으로, 이명법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분류체계와 공인시스템을 갖는다.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 (ICTV[4]) 에서 제안한 명명규약에 따라 명명하고, 저명 학술지에 출판한 후에, 바이러스명명심의위원회에 공인을 요청한다.

 

진균이나 바이러스와는 달리 고세균 (archaea) 과 박테리아를 포함하는 세균(Prokaryotes)의 분류체계와 공인방식은 다른 미생물들 보다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 즉, 발견한 신종 세균을 국제박테리아명명규약 (ICNB[5])에 따라 명명을 하고,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 (IJSEM[6])에 연구내용을 게재하면 자동적으로 공인된다. 만일 IJSEM이 아닌 다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다면, 추후에 다시 논문을 IJSEM에 보내서, 국제세균분류위원회 (ICSP[7]) 의 심사를 거쳐 공인을 받게 된다. 또한 학명을 공인 받기 위해서는 새로 발견된 균을 2개 국가의 미생물은행에 기탁해야 한다. 만약 불이 나거나 전쟁 등으로 보관된 세균이 소실되면 이 미생물의 이름은 삭제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체 세균의 종 수는 2010년 1월 현재로 대략 1만여 종에 이른다.

 

동해의 지명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하며 분쟁하는 것처럼 때로는 미생물의 이름도 학자들 사이에 학문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감자에 더뎅이병을 일으키는 방선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스캐비스 (Streptomyces scabies) 는 1892년 처음 발견된 이후에 백년동안 ‘scabies’라는 명칭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 1997년 세균명명위원회로부터 라틴 문법의 오류를 지적 받아 ‘scabiei’로 개명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자들은 ‘scabies’를 그대로 사용하며, 개명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분류위원회의 권위와 원칙을 강조하며 올바른 문법을 반영한 새로운 종명을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즉,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미생물의 명칭을 두고, 관행과 원칙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앞의 경우가 종소명을 두고 논쟁하는 경우라면, 아그로박테리움 (Agrobacterium) 의 경우는 속명을 둔 논쟁이다. 이 미생물은 식물의 뿌리혹을 일으키는 식물병원균으로서, 오랫동안 미생물학자들에 의해 식물형질전환의 유용한 재료로 이용되어 왔다. 최근 16S rRNA 유전자 서열을 통한 세균의 분류법이 일반화 되면서, 아그로박테리움은 식물뿌리의 질소고정 박테리아인 라이조비움 (Rhizobium) 과 사실상 같은 속 (genus)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미생물의 분류학적 관점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Agrobacterium’을 폐지하고, 더 오랜 역사를 지닌 ‘Rhizobium’ 으로 통합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에 식물의 병원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생리적 특성이 서로 다르므로, 별도의 속으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쟁은 미생물의 명칭을 둘러 싼, 과학적 견해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름에도 많은 뜻이 있고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많은 것처럼, 미생물의 이름 안에도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미생물 연구자라면, 자신이 다루는 미생물들의 이름에 어떤 의미와 역사가 있는 지 살펴 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단 미생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이 생활화 된다면 우리의 삶도 그만큼 더 풍성해 질 것 같다. 예전에 문화재 전문가인 유홍준 박사가 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에서 읽은 글귀가 불현듯 생각난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안다는 것은, 서문에서 언급한 린네의 말처럼, 사물의 이름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나는 믿는다.

 


 

[1] “If the names are unknown, knowledges of the things also perishes”


[2] International Code of Botanical Nomenclature


[3] International Botanical Congress


[4] International Committee on Taxonomy of Viruses


[5] 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of Bacteria


[6]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Evolutionary Microbiology


[7] International Committee on Systematics of Prokary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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